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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존재가 고맙다.
그녀는 빨간띠 두르고 사회 변혁을 외치지도 않고, 어느 강단에 앉아 어려운 말로 지식을 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글과 강단있는 음성을 들을 기회가 있을때면 어느 혁명가나 지식인보다 강한
'울림'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언어는 어렵지 않다. 그건 아주 열심히 그녀가 공부한다는 증거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건 한순간도 거짓없는 일상을 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새벽 그녀의 초청 강연 한자락을 읽으며 남몰래 짧은 글을 써보기도 했다.
놀라움과 부러움과 질투와 감동과 뿌듯함 어디쯤에 있는 감정이 나를 억눌러왔기 때문이다.
두해 전 여행길에 싱가폴행 비행기 안에서 나는 그녀가 좋아한다는 노래를 반복재생해 눈을 감고
들었다. 소녀같은 감성을 지닌 그녀의 떨림이 전해져오기도 했었지,그때.

아주 오랜만에 인디고서원 홈피에 들렀다가 그녀의 다이어리를 읽게되었다.
나는 이리도 강단있게 감정을 끊어내는 글은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물이 바로 연기가 되듯 스며드는
어떤 느낌을 육감적으로 느낄뿐이다.
그녀의 글(삶)은 이토록 게으른 내가 짧고 어색한 글을 쓰게 하는 길을 내어준다. 이상하게도.

음악을 듣겠단 이유로 내가 아주 오래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사실은 알고있던걸 다시
인지했다. 그리고 웃기게도 내게서 그녀의 존재가 반짝 나타나는 순간은
늘 할일이 너무 많아 스스로에 무뎌지거나 오로지 혼자의 시간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쉽지않은 혼자의 시간에서 꿈을 꿔야한다.
꿈꾸지 않는 자는 청년이 아니랬다. 그녀가 그랬다.


아람샘 다이어리 - 인디고잉 15호
[ 2008-12-31 / 글쓴이 : 아람샘 / 추천 : 0 / 조회수 : 380 ]

아람샘 다이어리

나 할 말 있다

늦게 들어와 <마감뉴스>나 <시사 360>을 보다가 가끔 피가 거꾸로 솟구치며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저 인간, 저 더러운 정치가들 죽여 버릴 수 있으면 그럴 수 있으면 그래야겠다 싶은 날이 많다. 살기를 느끼는 분노가 넘치면 그것이 정의감으로 전환될 때가 많다면 나는 정말 정의를 상실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지독하게 느끼는 자, 일종의 패배자이다. 정치가 썩어 부패할 때 목청껏 정의를 외치던 대학의 젊은이들은 이제 어느 교정에도 보이지 않는다. 4.19혁명을 데모라 기록하는 미친 교육과학기술부나 정부의 보수 꼴통 행태는 우편향 외눈박이 눈 먼 자들의 도시 그대로다. 『눈 먼 자들의 도시』를 기어이 영화로 봤을 때 어떤 희망도 말할 수 없는 단 한 사람 눈 뜬 자의 목격은 모두가 다시 눈 뜨게 되었을 때도 여전히, 추악한 인간 본성과 절망 속에서 여전히, 인간은 존엄하며 희망과 책임의 원리로 정의와 사랑의 질서를 구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남긴다. 눈 뜬 자, 눈 감은 자, 눈 뜨고 못 보는 자, 눈 감고 다 느끼는 자, 숨이 턱턱 막히는 절망(보이는 것이 끊어짐)이 한치 앞을 내디딜 수 없게 한다.
대학생들아, 너희들은 왜 데모하지 않느냐?
혁명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왜 데모하지 않느냐? 연대와 참여 없는 지성이 부끄러워 나는 그것이 견딜 수가 없다. 너희들의 불이익이 아니라 불의와 약자들의 아픔 앞에서 어쩌면 그렇게 잘 참고 나약한지 나는 그것이 아파서 참을 수가 없다.
너희보다 많이 가진 자가 어디 있느냐? 대한민국 학벌위주 서열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아니냐. 대학만 가면 다 되는 것으로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침묵하고 참고 모질게 견디며 무감각 무비판으로 암기공부 기계공부 뼈를 깎으며 하지 않았느냐.
건강하고 젊은 몸, 열정 패기 용기 사랑 넘치고 충만해서 밤새 거리를 달려 지구 끝까지라도 가볼 그런 청춘들 아니냐. 이제 힘 제대로 쓰고 제대로 공부하고 산다는 게 뭔지 답할 수 있는 모험추구 자아탐구해야 할 때 아니냐. 대학가 하나 있는 서점 하나 못 지키고 줄줄이 쓰러지는 서점들 대신 술집 옷집 게임방 온갖 유흥업소들 늘어나는 대학가. 나는 그런 곳이 상아탑이라면 거기에다 물대포를 쏘고 최루탄을 쏘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끄럽다. 너무 부끄럽다. 나는 그런 게 치욕이고 국치라 생각한다.
제대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스펙에 목메어 학점 올리기에 목메지 말고 큰 공부하고 사람답게 사는 대학생들 좀 모여 봐라. 내 뭐라도 힘이 되고 약이 되게 지혜를 나누며 아름다운 일 도모할 만반에 준비되어 있다.
내게 이 보슈, 선배 거기 잠깐 서 보십시오. 밤새 바닷가에 앉아 눈부신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시대를 논해 봅시다. 하고 먼저 말 걸어 줄 젊은 정신이 나를 좀 불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의를 향한 그 번뜩이는 맹수 같은 눈매에 맞장 뜰 준비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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