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보편적인여행잡지
'doorootravel.tistory.com에서도 함께 볼 수 있어요:)



우리는 세계를 여행하는 동시에, 국가를 여행하고, 도시를 여행하고 있지요.

'도시를 여행한다'라는 것은 어쩌면, '도시의 랜드마크 여행한다'과 같은 말일지도
몰라요:)
랜드마크는 도시를 상징하기 때문에 '유명'하고, 우리는 그 명성의 흔적을 따라 여행하고
있으니까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일본 도쿄의 스카이트리. 도쿄타워를 넘어서는 높이와 디자인으로 랜드마크로 급 부상하고 있어요. 출처>http://www.kimsujung.com/986


세계의 랜드마크를 떠올려볼까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일본 '도쿄'의 도쿄타워 등.
모두,도시를 대표하는 동시에 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한 '여행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지요^^

무대를 한국의 '서울'로 옮겨서 한번 생각해볼까요? :)
서울의 '랜드마크'. 무엇이 떠오르세요?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 서울역 '서울스퀘어' / 시청 광장 / 남산N타워 / 경복궁 / 
여의도 63빌딩 등?

당신이 떠올린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떠올린 랜드마크는 모두 같은가요,다른가요?

'도시의 랜드마크' 프로젝트에서는,
도시와-랜드마크의 관계에 대해 집중해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 보려고해요:)

사실,랜드마크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행'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져오고 있거든요^.^

* 랜드마크(land mark)
원래 탐험가나 여행자 등이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던 중에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것을 가리키는 말.
그러나 오늘날에는 뜻이 더 넓어져 건물이나 상징물,조형물 등이 어떤 곳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를 띨 때 랜드마크라고 부르게 되었다.<위키백과 참고>


랜드마크는 진짜 무엇을 대표하고 있는지,
도시와,여행과 어떤 관계를 맺고있는지 함께 살펴보아요!~ 


[희망의 배낭_평화를 실어나르는 배, 피스보트]

화를 만드는 세계일주, “피스보트”

만효

 평화를 여행하는 피스보트

 아아! 잘 들리나요? 지금 여기는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있고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배 위 랍니다. 이 배는 큰 대륙과 바다 사이를 지나 지구를 한 바퀴를 돌고 있는 중이에요.

피스보트가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항합니다

이 엄청나게 큰 배는 ‘피스보트’ 라고 불리며 평화의 세계 일주를 하고 있어요. 이름 그대로 평화를 말하는 ‘피스’와 배를 말하는 ‘보트’를 더한 말이지요. 100일 동안 키도 다른, 나이도 다른, 얼굴 색깔도 다른 1000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 큰 배 안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답니다.

이 배는 우리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본에서 출발해요.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게 전쟁으로 상처를 주게 되었어요. 일본의 용감한 몇 명의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어떻게 반성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배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에게 사과하고, 평화를 약속하는 여행을 하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 용감한 도전이 피스보트의 시작이 된 것이지요.

그 후로, 피스보트는 일본과 아시아 그리고 세계를 이어주는 단체가 되었어요. 그리고, 1년에 3번씩 쉬지 않는 평화의 여행을 해오고 있답니다. 지금까지도 쭉!

 

“누구나 스스로 기획”에서는 나도 선생님

“똑똑똑.”

누군가 배에 있는 제 방에 찾아왔어요. 며칠 전에 배에서 뛰노는 돌고래를 함께 보면서 인사를 나누게 된 일본인 친구에요.
얼마 전, 제가 이 친구에게 한국의 손놀이를 가르쳐 주기도 했었어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족배에-” 로 노래 부르며 시작하는 손놀이, 여러분도 알고 계시죠?

손벽과 손등을 ‘짝짝’ 소리 내어 맞추는 그 손놀이를 다시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우리는 마주보고 앉아 “푸른 하늘 은하수”를 다시 해보다가,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뱃 생활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열리는 “누구나 스스로 기획” 코너에 의견을 냈어요.
이 코너는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누구나 학생이 되어서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주제들로 수업을 만들어볼 수 있어요.

기획의 시간과 장소를 정하기 위한 즐거운 경쟁

“누구나 스스로 기획”에서는 나도 선생님

우리의 ‘푸른 하늘 은하수’ 수업은 다음 날 나오는 피스보트 신문에 시간과 장소가 안내될 거예요.

교실에 앉아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는 대신, 배 위에 돗자리를 펴고 세계 여러 나라 친구들과 한국의 즐거운 손놀이를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

 

“1등”이 아니어도 좋아, 우린 1000명의 “오케스트라”거든

배에서 만난 친구들이 ‘푸른 하늘 은하수’에 모두 익숙해질 때쯤. 어느덧 피스보트는 여러 대륙을 지나 한국 반대편에 있는 남아메리카 ‘베네수엘라’에 닿았네요.

베네수엘라는 물보다 석유가 많은 나라로 유명한데요. 세상에 그보다 더 재미있고 신기한 친구들을 만나게 됐지 뭐에요. 바로 바이올린을 신나게 다루는 꼬마 친구들과의 만남이에요.

베네수엘라에는 ‘엘시스테마’ 라고 하는 이름은 조금 어렵지만 재미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있어요. 한국에서도 책과 영화로 친절하게 소개된 적이 있답니다.

엘시스테마의 즐거운 연습장면

3살 꼬마 숙녀부터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라면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고, 바이올린을 익혀 1000명이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큰 음악모임인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건데요,

저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 친구가 바이올린 악보에 연필로 능숙하게 음악 기호를 표시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그리고 저는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답니다.

‘내가 만약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가,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소질이 없다고 느끼면 어쩌지?’하고 말이죠. 왜냐하면, 저는 ‘음악’은 아주 어렵고, 전문적인 학교를 다닌 사람만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꼬마 친구에게 조심스레 물었어요.

“혹시, 넌 바이올린을 켜다가 잘하지 못한다고 고민한 적이 있니 ?”

제 질문에 대한 꼬마 친구의 명쾌한 대답!

“뭐 어때! 난 혼자 연주하는 게 아냐, 1등이 아니어도 좋아. 왜냐하면 우린 1000명이 동시에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거든. 내가 틀리면 옆에 있는 내 친구가 더 신나게 연주해 줄테니까.”

1등이 아니어도 즐거운 바이올린 연습

 
 저는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무언가를 진짜 즐기기 위해서는 꼭 1등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진짜 피스보트는 우리의 마음 속에

베네수엘라 꼬마 숙녀들과 인사를!


베네수엘라에서의 꼬마친구와의 강렬한 만남 후에도 피스보트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열심히 여행하고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그동안, 배 옆을 따라오며 묘기를 보여주던 돌고래 친구와도 인사를 나눴고, 밤이면 깜깜한 하늘에서 별들이 후두둑 쏟아지기도 했어요. 나를 둘러싼 자연은 매일 나를 위해 인사하며 안부를 물어준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지요.

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는 동안 깨달은 사실이 있어요.

떠나오는 나라들을 향해 ‘안녕!’

 
 진짜 ‘평화’는 모두가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가능하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누구에게나 푸른하늘 은하수 손놀이를 친절하게 알려줄 수도 있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진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럼, 우리 다시 세계 일주를 꿈꾸며, 진짜 우리 마음 속에 피스보트를 띄워보아요! 

 

* 만효는 69번째 피스보트 지구대학을 성공회대 교환유학생으로 다녀왔습니다.
이 글은 어린이를 위한 잡지 <리딩프렌즈> 2011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어요:)  


'도시'를 스케치하다展(~4/24)
#.서울을 새롭게 보는 방법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자일리톨’이 가르쳐주지 않은 핀란드 헬싱키

[방방곡곡99절절](12) 도시 속 문화공간 ‘꼬르야모 컬쳐팩토리 & 카펠리’

만효 2011.04.08 15:33

지난 6월, 어느 초여름의 따뜻한 햇살이 반기는 날, 천 명을 실은 피스보트는 ‘핀란드 헬싱키’ 항구에 가닿았다. 그 곳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한국을 기준으로 북유럽이고, 69번째 지구 일주 항해를 시작한 피스보트의 열여섯 번째 기항지였다. 모든 여행은 ‘그 곳을 가고 싶다.’ 라는 욕구에서 시작되는 것은 물론 당연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핀란드 헬싱키를 간다는 사실에 기대가 컸다. 그 이유는 핀란드와 헬싱키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점 때문. 누군가의 기록 혹은 만들어진 이미지로 인식된 고풍스런 유럽의 범주 안에 헬싱키는 없었고, 핀란드의 교육방식이 얼마나 획기적인지에 대한 EBS다큐를 보고서 매우 부러웠던 기억과, ‘휘바~’를 외치던 ‘자일리톨’ CF가 어느새 핀란드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어 있었달까. 전혀 모른다는 사실은 오히려 모든 것을 알고 싶은 호기심이 되었다.

또 하나, 좋아하는 일본 영화 <카모메식당>.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는 시나몬 롤과 일본식 주먹밥의 향연이 이어지는 맛있는 일상의 배경이 헬싱키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왠지 헬싱키에선 막 구워낸 시나몬롤 냄새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진짜 이유는, 내가 메모해 온 쪽지 한 장에 쓰여 있는 두 줄의 이름, 재미있는 두 공간 때문이었다.

▲ 피스보트가 헬싱키 항구에 도착했을 때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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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화를 데뷔시키는 전차 저장고, 꼬르야모 컬쳐팩토리 Koryaamo Culture factory

헬싱키 항구에 도착했을 때, 거짓말처럼 정말 카모메(일본어로 ‘갈매기’)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가까이 날아들었다. 갈매기들의 환영을 받으며, 쪽지 한 장만을 달랑 들고, 항구를 나서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한국에서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눈여겨보았던 공간을 무턱대고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시내의 풍경이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쪽지를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정류장에 서있던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아띠‘Atti'였다. 신기하게도, 내가 찾아가려는 그 공간은 그의 집과 가까이 있는 공간이었기에, 쪽지에 적힌 ’꼬르야모 컬쳐팩토리‘를 보고서 반가워했다. 그날 그는 마침 일을 쉬는 날이었고, 도시를 산책하는 중이었다. 몇 마디 말을 서로 건네다가 흔쾌히 나를 위해 공간을 직접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와 트래블메이트(여행 친구)가 되어, 기꺼이 친절한 안내에 응했다. 나는 초행길인 여행자니까. 발걸음은 햇살만큼 가벼웠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꼬르야모 컬쳐팩토리‘에 가닿았다.

▲ 꼬르야모 컬쳐팩토리 전경


꼬르야모 컬처팩토리(이하 꼬르야모)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도심 속 문화공간‘이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꼬르야모의 첫 장면은, ’누구나‘ 휴식을 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갤러리, 전시실, 공연장, 카페, 바, 음악 및 필름 전문 서점, 소규모 사업을 위한 사무실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내가 쪽지를 들고 찾아갔을 리는 없었다. 꼬르야모의 재미있는 사실은, 이곳은 원래 ’전차 저장고‘였다는 사실이다. 기차가 들어있는 창고였다는 것이다. 존재의 역사가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내가 갔을 때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독립 사진 전시도 이어지고 있었다. 고비용의 미술 갤러리 대신, 전차저장고의 한 벽면에 사진과 그림을 표현해, 비주류 청춘 예술가의 데뷔 역시 매끄럽고 즐겁게 이뤄지고 있었다.

▲ 젊은 아티스트의 데뷔 사진전


이곳은 이미 ’꼬르야모‘라는 이름을 가진 독립기업이 운영을 하면서 헬싱키 시와도 유연한 협력 관계를 가지고 홍보가 가능한 탓인 건지, 시내에서도 문화 예술 공간으로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꼬르야모에서 일하고 있는 멤버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했었는데, 유럽에는 자체적으로 독립문화센터들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Trans Europe Halles라는 이름을 갖고서,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꼬르야모도 이 비영리 네트워크의 영역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꼬르야모 건물들을 서로 이어주는 사이 공간에서 아띠Atti가 건네주는 커피를 사이에 두고서 그의 마음씀씀이에, 그리고 꼬르야모의 즐거운 기운에, 낯선 유럽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웃고, 또 웃었다.

모두에게 쓸모 있는 ‘전선’공장, 카펠리KAAPELI

헬싱키 여행길에서 만난 가장 유용한 ‘전선’공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전기를 흐르게 하는 그 전선이다. ‘카펠리’는 핀란드어로 ‘전선’이라는 뜻이다. 항구에서부터 나의 지도가 되었던 내 쪽지의 적힌 첫째 줄은 꼬르야모, 둘째 줄은 바로 ‘카펠리’였다. 꼬르야모에 이은 아티스트들의 또 다른 신나는 작업장! 그 곳이 카펠리다.

▲ 카펠리의 전체 전경


과거 유럽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산업’과 ‘공장’이었다. 하지만, 이 산업시대는 정보화시대가 되었고, 도시 개발에 따라 ‘공장’도 더 이상 무언가를 생산할 수 없게 됐다. 카펠리는 핀란드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노키아’Nokia의 전선 공장이었다. 1930년 당시에는 핀란드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진 공장이었다고 했다. 

산업의 발전에 따라 노키아는 더 큰 공장이 필요했고, 작아진 전선 공장에 대한 활용을 고민할즈음, 많은 예술가들은 저렴하고 조용한 카펠리로 왔다. 카펠리 입주자들이 된 예술가들은 공간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문화 예술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들의 노력은 언론을 통하여 큰 이슈가 되었고, 긴 논의 끝에 헬싱키는 건물과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보존하기로 결정하였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했다. 

▲ 활발히 작업중인 카펠리의 전시 타임테이블


꼬르야모에서 전해들었던 네트워크 조직인 Trans Europe Halles에 속해있는 대부분의 문화센터가 오래된 산업, 공장 빌딩들을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형식과 전통에 물음을 던지는 방식의 공간 활용이 정말 흥미로웠다. 이곳에는 박물관과 9곳의 갤러리, 댄스공연장, 운동시설, 예술학교-유아들을 위한 건축학교-, 250명 남짓 되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리허설 스튜디오, 방송국 그리고 레스토랑과 같은 이 모든 것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 곳 작업실의 99%가 임대가 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이 되고 있다는 기록을 나중에 찾아서 읽기도 했다. 천정과 바닥과 벽면은 공장과 같은 느낌이 맴돌았다. 흔히 떠올리는 콘크리트와 조금은 칙칙한 분위기의 모습들, 하지만 오히려 그것도 하나의 ‘디자인’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내부 활용은 완벽했다.

나도 우아하게 갤러리와 작업실을 살펴봤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멈춰 있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른 위치와 각도에서도 작품을 보고 있던 중, 신기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름하야 ‘찾아가는 큐레이팅 서비스’. 보통, 어떠한 미술 작품 옆에는 당연하게 그 작품에 대한 간단한 안내와 작가의 소개가 붙어있기 마련이다. 한 치의 의심 없이. 그래서 나도 당연히 작품을 보고, 안내를 보고 다음으로 시선을 옮기는 그 순간, 맙소사! 내 앞에는 그 작품의 아리따운 작가가 서있었다. 작가 사진이 안내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작품 곁에 앉아 있으면서, 작품을 보러 찾아와주는 사람 한명 한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너무나 친절하게. 예전에는 미술 작품을 볼 때면, 그 안내에서 권위와 기품이 느껴졌다. 작가의 우아함이 절로 묻어났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날 헬싱키에서의 그녀와 만남에서 예술이 진짜 일상과 만나기 위해서는 훨씬 친절하고도 일상적인 만남으로도 가능하다는 지점을 느꼈다. 그녀는 나에게 친절한 작품 설명을 해주었기에 나의 감성의 지평이 한 뼘 자랐고, 그날의 방문으로 그녀는 젊은 큐레이터로 데뷔하기도 했기에 우리는 윈윈win-win 성장을 한 셈인 것이다.


▲ 아띠Atti와의 티타임


서로 환영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서 카펠리의 존재에 놀라며, 계속 아띠Atti와 초여름 헬싱키의 햇살을 따라 걸었다. 걸음마다 세련된 감수성의 언어를 더하던 그는, 알고 보니 인테리어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디자이너였다. 그의 인테리어 가게는 카펠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나는 꼬르야모 컬쳐팩토리와 카펠리의 신선한 기운에 힘입어, 그의 공간에 초대받았다. 그의 일과 작업공간을 구경하면서, 나는 감사한 선물까지 받게 됐다. 바로 그가 조각한 작품. 그가 작업했기 때문에, 세상에 단 두 점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그는 선뜻 작품 중 하나를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잘 보관해달라는 그의 고마운 얘기와 함께. 그와 하하 호호 웃으며, 동네에서 맛있는 헬싱키 식사도 먹고, 길을 지나다가 그의 친구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나를 ‘한국 친구’로 소개했다. 참 고마웠다.

 
 
피스보트는, 다음 기항지를 위해 다시 항해를 시작해야 했다. 모두가 정해진 시간까지 배로 돌아가야 했고, 약속한 시간동안만 헬싱키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 머무름의 시간이 끝나갈 때쯤, 배로 돌아가는 길모퉁이에는 ‘카모메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영화로 보았던 그 곳이 실제로 있었다. 지구 반대편 헬싱키에서, 따뜻한 주먹밥과 계피향이 솔솔 나는 시나몬 롤을 구워서 내놓는 곳. 하지만, 내가 헬싱키에 닿았던 날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식당의 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행이었다. 그 날이 일요일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띠Atti를 길에서 만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 아띠Atti와 그의 작품


 이 여행의 맛있는 진짜 요리는 꼬르야모 컬쳐팩토리와 카펠리, 그리고 아띠Atti와의 만남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피스보트는 헬싱키와 작별하고, 다시 뱃머리를 유럽에서, 남미로, 아시아로 돌려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를 지금의 일상으로 돌려 보내주었다. 피스보트의 여행 안에서 핀란드의 헬싱키를 꺼낼 수 있었던 것은, 꼬르야모 컬쳐팩토리와 카펠리를 소개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내’가 헬싱키로부터 소개받은 것은 이 두 공간을 관통하는 헬싱키에서의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나는 이 기사를, 영어와 핀란드어로 볼 수 있도록 해서, 아띠Atti에게 전하려고 한다. 이것은 넓은 세계를 친숙하고 가깝게 연결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의 여행을 일상으로, 다시 일상을 여행으로 가져가는 연습이기도 하다. <99절절 방방곡곡> 99줄의 핀란드 헬싱키 여행기는 끝이 났지만, 다시 여행은 시작이다. 진짜 재밌는 만남의 여행.^^

<공간 찾아가는 방법>
* 꼬르야모 컬쳐팩토리 Korjaamo Culture Factory
Töölönkatu 51 b Helsinki, Finland 00250
지도: http://foursquare.com/venue/197028
* 카펠리 KAAPELI
헬싱키 메스로 노선의 첫 역인 루오호라흐띠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Kiinteistö Oy Kaapelitalo, Tallberginkatu 1 C 15, 00180 Helsinki
지도: http://www.kaapelitehdas.fi/sijaintikartta

<함께 나눌 수 있는 정보>
* 꼬르야모 컬쳐팩토리Korjaamo Culture Factory (http://www.korjaamo.fi/)
* 카펠리KAAPELI (http://www.kaapelitehdas.fi/)
-<문화, 예술 발전소를 만들어 나가는 헬싱키의 유휴공간 재생프로젝트>,「월간도시문제」9월호, 2009년.


* 만효는 69번째 피스보트 지구대학을 성공회대 교환유학생으로 다녀왔습니다. '만효의일상여행'(saydream88.tistory.com)으로 일상을 소통하고 있습니다.
* <방방곡곡99절절>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www.glocalactivism.org]가 기획연재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참세상' 기획연재 '방방곡곡99절절'에서도 볼 수 있어요:)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아포리즘 수첩 하나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조병준의 수첩 속 아포리즘은 바로 '사진':)

따뜻하지 않은 사진은 단 하나도 없는,
조병준의 '아포리즘 사진전'<길 위의 시>_4월10일까지.

@.공간은 사진위주 <류가현>_3호선 경복궁역 4번출구 청와대방향
류가헌 블로그 http://blog.naver.com/noongamgo
조병준 블로그 '내마음의지도' http://blog.naver.com/joon6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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